허웅(대한민국, 1918~2004)

허웅 선생은 20세기 후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언어학자이자 국어학자였으며, 한편으로는 국어 운동가였다. 생전에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와 한글학회 회장을 오랫동안 지냈다. 1918년에 태어나 2004년 86세에 돌아가셨다.
허웅 선생의 국어 연구는 민족 문화를 잇고 가꾸는 데서 시작하였다. 청년 시절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본≫을 처음 대하면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앞길을 결정한다. 그래서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정신이며, 그 겨레의 문화 창조의 원동력이다’라는 생각을 일찍이 마음에 간직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허웅 선생 학문의 바탕이 되었으며, 평생 일관되게 지닌 학문적 태도였다.
그래서 허웅 선생 학문의 성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연구’와 ‘실천’, 둘의 조화라고 하겠다. 선생의 학문은 국어 연구를 언어과학으로 승화시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어를 지키고 가꾸는 실천 운동을 전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허웅 선생의 학문 업적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국어를 연구하기 위한 이론의 토대를 마련한 업적이다. 1960년대에 지은 저서 ≪언어학 개론≫(1963년), ≪개고신판 국어음운학≫(1965년)을 통해 국어 연구에 필요한 언어학 이론을 수립하였다. 외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이를 독창적인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둘째는, 국어 자료를 바탕으로 국어의 참모습을 밝힌 업적이다. 15세기 우리말 체계를 세우고 이 체계에 따라 옛 말본 연구를 집대성하여 ≪우리 옛말본≫(1975년)을 펴냈다. 선생은 이를 바탕으로 한편으로는 국어의 역사를 추적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국어를 연구하였다.
허웅 선생의 국어 운동은 국민의 글자생활은 한글만으로, 언어생활은 쉽고, 바르고, 고운 말로 이뤄지게 함으로써 우리 말글의 가치를 높이 받들고 국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었다. 선생이 주창한 ‘한글은 우리 겨레와 민중을 위한 글자로 태어난 것이다’라는 생각은 글자생활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한 정신이다. 한글만 쓰면 모든 국민들이 모두 편하게 글자생활을 하며 모두가 문화와 정보를 누릴 수 있게 되지만, 한글−한자를 섞어 글자생활을 하면, 일정한 교육을 받은 지식층만이 문화와 정보를 누리게 된다는 점에서 한글만 쓰기를 주창한 것이다.
허웅 선생의 학문 업적은 그 깊이가 깊을 뿐만 아니라, 연구 대상도 참으로 넓다. 언어 이론에서 국어 기술에 이르기까지, 음성학에서 통어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를 넘어서 국어정책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폭이 넓다. 이제 이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언어학, 국어학의 이론 연구에 대하여. 허웅 선생은 국어를 연구하기 위해 외래 언어 이론을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이론 체계를 세웠다. 1958년에 발간한 ≪국어음운론≫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음운론의 공시적, 통시적 연구의 이론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국어 음운론을 기술한 저서이다. 소쉬르의 이론으로부터 유럽의 기능-구조주의 음운론 이론(특히, 프라하학파의 이론)과 미국의 기술-구조주의 음운론 이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훈민정음 창제에 담겨 있는 우리 고유의 음운 이론까지 찾아서, 국어 음운론 연구의 기틀이 될 이론 체계를 정연하게 세웠다. 무엇보다도 언어학 이론을 분명한 체계로 세워 우리 학계에 소개한 것은 1963년에 발간한 ≪언어학 개론≫이다. 유럽과 미국의 다양한 언어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선생의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틀을 짜서 세운 우리나라 처음의 언어학 개론서다. 허웅 선생은 언어학 이론서에 이어, 국어학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하고, 국어 연구의 길잡이가 될 저서를 발간하였는데 ≪국어학−우리말의 오늘·어제≫(1983)가 그것이다. 이 책은 국어의 말소리, 말본, 어휘 체계를 중심으로 하여, 그 오늘의 모습과 역사적으로 바뀌어 내려온 모습을 밝히고 있다.
둘째, 음운 연구에 대하여. 허웅 선생의 첫 논문은 <에, 애, 외, 의 음가>(1952)다. 15세기 국어의 ‘에, 애, 외, ’는 현대 국어와 음가가 달라 하강적 이중모음이었음을 규명한 논문으로 주목되었다. 이어 발표한 <병서의 음가에 대한 반성>(1953) 역시 15세기 국어의 음가와 음운 체계를 논의한 논문으로 어두자음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다. 이렇듯 15세기 국어의 음운 체계와 음운 현상을 밝히려는 선생의 음운론 연구는 곧이어 성조 연구에 한 획을 긋는다. <경상도 방언의 성조>(1954), <방점연구>(1955)를 발표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허웅 선생의 음운 연구는 15세기 국어의 음운 체계와 현대 국어의 음운 체계를 수립하여 국어 음운 변천사를 기술하였다. 이러한 업적은, 앞에 소개한 ≪국어음운론≫에서 씨앗을 뿌리고, 1965년의 ≪개고신판 국어음운학≫에서 수확하고, 1985년의 ≪국어음운학−우리말 소리의 오늘·어제≫에서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셋째, 문법 연구에 대하여. 허웅 선생은 일찍이 15세기 국어의 문법 체계를 세우고 이 체계에 따라 ≪옛말본≫(1969)을 펴낸 데 이어, 15세기 국어 형태론 연구를 집대성하여 ≪우리 옛말본≫(1975)을 펴냈다. 선생은 이를 바탕으로 한편으로는 국어 문법의 역사를 추적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20세기 국어 문법을 연구해 왔는데, 그 결실은 ≪20세기 우리말의 형태론≫(1995)과 ≪20세기 우리말의 통어론≫(1999년)으로 나타났다. 이 두 저서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국어 현상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하였다.
이와 같이 선생의 문법 연구는 15세기 국어의 체계를 세우는 데서 시작하였다. <존대법사>(1954)를 시작으로 15세기 국어의 높임법과 ‘-오/우-’를 중심으로 하는 인칭-대상법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이 논문들은 저서 ≪중세국어연구≫(1963)에 담겨 있다. 이들 연구는 당시 이숭녕 선생을 비롯한 그 제자들과 허웅 선생 사이의 학술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큰 쟁점이었던 객체높임법, 인칭법과 대상법 설정에 대한 현재의 정설이 어느 쪽인가를 살펴본다면, 허웅 선생 학문에 대한 평가는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15세기 국어 형태론은 앞에 든 ≪우리 옛말본≫에 집대성되어 있다. 15세기 국어 문법에 대한 공시적 연구에 이어, 선생은 국어 문법사 연구에 착수하였다. 우선 범주별 연구에 들어가, 때매김법의 변화를 추적하였다. 각 시기별 때매김법을 공시적으로 기술함과 동시에 시기별로 변화해 움직이는 모습을 연구하였다. 그 결과는 15세기에서 지금에 이르는 때매김법사 연구인 ≪국어 때매김법의 변천사≫(1987)에 정리되어 있다. 그 이후 선생은 국어 문법사 연구의 방법을 수정하여, 세기별로 공시적으로 기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화의 모습을 추적하였는데, 그 첫 결실은 16세기 국어 문법의 공시적 기술과 그 15세기로부터의 변화를 다룬 ≪16세기 우리 옛말본≫(1989)과 ≪15·16세기 우리 옛말본의 역사≫(1991)로 나타났다.
넷째, 문헌 연구와 국어정책 연구에 대하여. 허웅 선생은 국어 연구의 기반이 되는 문헌에 대해 음운과 문법, 그리고 그 역사에 대한 해석을 붙여 출판하였다. ≪주해 용비어천가≫(1955), ≪주해 월인천강지곡≫(1962) 등이 대표적이다. 허웅 선생의 국어정책에 대한 관심은 언어와 문자에 걸쳐 있다. 언어와 관련해서는 국어 순화가 중심이며, 문자와 관련해서는 한글만 쓰기 주장이 중심이다. 선생은 ≪우리말과 글의 내일을 위하여≫(1974)를 시작으로 국어정책에 대한 여러 권의 저서를 펴냈다.



해설              

1

≪언어학 개론≫은 허웅 선생이 1960년대 초, 분명하고 독창적인 체계로 세운 언어학 이론을 우리 학계에 소개한 책이다(1963년 4월 15일 초판, 정음사 발행: 국판 391쪽). 유럽과 미국의 다양한 언어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지은이의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틀을 짜서 세운, 우리나라 처음의 언어학 개론서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언어학을 연구하고 국어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오랫동안 주요한 지침서가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언어학의 고전으로 높이 평가된다. 이 책이 당대 국어학계와 언어학계의 발전에 끼친 영향은 실로 컸다.

이 책을 절판하였을 때, 이 책을 계속 발간하기를 학계에서 간청한 적이 있었을 정도로 당시 학계에 끼친 영향은 컸다. 지은이는 그 후 이 책의 이론과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언어학−그 대상과 방법≫(1981, 샘문화사: 신국판 497쪽)을 발간하였으며, 그 책을 다시 간략하게 다듬어 ≪고친판 언어학 개론≫(1983, 샘문화사: 신국판 334쪽)을 이어 발간했다.

지은이 스스로가 책 맨 마지막 단락에서 규정한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 책의 체계는, 소쉬르 언어학의 랑그 의 분리와, 통시 공시의 원리를 지키면서, 그 구조주의적 관점을 취해서 언어 구조를 파악하려는 데 주안을 두었다. 그러나 랑그의 파악은−특히 외국어의 경우에는−그 빠롤로서의 실현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어의 구체적인 자료상−특히 구체적 음상−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2

이 책에 나타난 연구 방법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선 연구를 계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점이다. 학문은 앞선 연구의 방법론을 계승하여 발전시키되, 비판적인 관점에 서서 이를 독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학문 연구의 성과란 아무런 바탕 없이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앞선 연구의 전통이 바탕이 되어 이를 계승하고, 수정‧보완해서 완성되어 발전해 간다. 그래서 지은이는 앞사람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이어받아, 새로운 이론을 독창적으로 세워나가는 연구 방법을 이 책에서 펼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서서 지은이는 언어학 이론을 전개하면서 나라 안팎의 여러 이론과 사상을 받아들였다. 가까이는 주시경 선생과 최현배 선생, 그리고 우리 선인들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나라 밖으로는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 이론에 바탕을 두면서, 유럽의 기능ᐨ구조주의 언어 이론, 미국의 기술ᐨ구조주의 언어 이론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 한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이를 녹여 지은이의 새로운 이론을 전개하였다.

허웅 선생은 평소 이와 같은 연구 방법과 관련하여 ≪논어≫ 위정편의 다음 말을 자주 인용하였다.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남의 이론만을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의 독창적인 연구를 하지 않으면 학문이 어두워지고, 반대로 남의 이론을 돌아보지 않고 자기의 독단적 이론만 펼치면 학문이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연구자는 두 가지 일, 즉 앞선 연구의 성과도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의 독창적 이론을 세워가는 것이 학문 연구의 바른 길이라고 하였다.

3

이 책은 개별어로서 국어 연구와 일반언어학의 관계에 대하여 분명한 태도를 보여준다. 언어를 연구하면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는, 지금까지 우리가 새로운 이론 수용에 치우친 나머지 구체적 언어 사실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이 책이 발간될 무렵이나 오늘날이나 우리나라 언어학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구체적 언어 사실에 대한 연구는 언어 이론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며, 따라서 새로운 이론의 개발은 언어 사실 그 자체에 대한 연구가 쌓일 때 가능한 것이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일반언어학과 개별언어학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반언어학과 개별언어학인 국어학의 관계를 이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구의 언어학이 수입되기는 해방 전부터라고 볼 수는 있으나 그러나 그 시기에 있어서는, 오로지 일본 학자들의 손을 거쳐 우리들에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종래 언어학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갑오경장 이후에, 우리의 선인들은 국어학의 연구에 힘을 기울이는 경향이 현저히 나타났는데, 국어학이 언어학의 한 가닥인 바에야, 이러한 국어학 연구는 곧 언어학의 연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언어학과 국어학은 다른 학문인 것처럼, 착각되어 왔었다. 언어학이란 곧 서양 여러 나라말에 관한 학문이며, 그 소재나 술어는 모두 서양말로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인 것처럼 생각되어 온 것이다. 언어학이 서구에서 고도로 발달되었고, 그리고 우리들은 그것을 배워왔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큰 잘못이다. 언어학은 그렇게 먼 곳에 있는 학문이 아니다. 언어학은 언어 즉 말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우리말을 연구하는 국어학은 곧 언어학인 것이다.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국어학의 굳건한 토대 위에, 일반언어학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 마땅하며, 그렇게 해야만 우리나라 언어학의 든든한 발전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아니, 저자 자신이 국어학을 전공한 사람이므로 그 당연한 귀결로서−이 책의 설명의 소재는 대부분 우리말에서 취해졌다. 여기에서는 서구 언어학자들의 이론의 토대와 국어학자들의 지금까지의 국어학의 성과를 종합해 보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질 리는 만무하다.

언어학 서적의 출간은,−번역을 제외하면−우리나라에서는 이번이 그 처음이다. 저자의 이번 시도는, 어떻게 생각하면, 하나의 만용에 속하는 일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모험은 누가 하든지 한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다.

언어학·국어학을 전공하는 여러 선배·동료·후배들은,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거리낌 없는 비판을 가해줌으로써, 남의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닌, 우리말에 토대를 둔 언어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협력 있으시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언어 속에 작용하고 있는 일반 원리 혹은 보편 원리를 찾아내는 일이 언어학의 근본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개별 언어들에 대한 깊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소홀히 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개별 언어의 깊은 연구 없이는 일반언어학은 가공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개별언어학과 일반언어학은 관심의 핵을 달리 가지면서 공존해야 한다. 이 책에는 언어학의 바로 이러한 이치가 담겨 있다.

4

구조주의에 바탕을 둔 이 책은 언어 체계를 특히 강조하였다. 지은이는 평소 학문의 체계를 세우는 것을 하나의 집을 짓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집을 지을 때에는 그 집에서 살 가족의 구성과 집에 들어갈 세간에 맞도록 설계를 하고 지어야 하며, 설계를 하되 집 짓는 근본 원리는 알고 있어야 하며, 이 근본 원리에 어긋나면 집은 무너지고 만다고 하였다.

이러한 뜻에서 지은이는 이 책에서 구조주의에 초점을 모았다. 구조주의는 체계를 이루는 요소와 이들 사이의 관계를 찾는다. 따라서 체계를 이루는 언어 요소인 음운, 어휘, 문법의 각각 항목을 확정하고, 이 항목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방법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이 책은 언어의 공시태와 통시태의 가치를 동시에 인정하면서, 공시언어학과 통시언어학을 함께 존중하는 언어 연구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였다.

5

허웅 선생의 ≪언어학 개론≫을 발췌 형태로 소개한다는 일은 쉽지 않았다. 391쪽에 담긴 내용 어느 하나 덜어낼 것이 없을 정도로, 언어학의 기본 개념을 다듬고 다듬어 담아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만지고전천줄> 발간 정신에 맞추어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하면서 이 책을 엮었다.

책의 분량은 180쪽 정도가 가장 알맞을 것으로 생각하고 원전의 내용에서 삼분의 일쯤 가려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가려낼 원칙을 다음과 같이 삼았다. 첫째, 원전의 전체 틀을 유지하기 위하여 12개 장과 그 제목은 그대로 살려 큰 차례는 원전과 같게 하였다. 작은 항목의 차례는 이론 전개의 앞뒤 흐름을 살리되, 부분적으로 조정하였다. 둘째, 언어학의 가장 기본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내용과 허웅 선생의 독창적인 설명이 돋보이는 내용을 중심으로 책 내용을 구성하였다. 셋째, 되도록 원문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 충실하였다. 따라서 내용을 요약하거나 용어를 고치거나 하는 일은 피하였다. 넷째, 원문은 국한문 혼용이지만, 한자와 로마자는 필요한 경우 괄호 속에 표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글로 썼다. 그리고 원문 내용을 손상하지 않는 조건에서 표기법은 현행 규범에 따랐으며, 현재 거의 쓰이지 않은 표현은 같은 뜻의 다른 표현으로 다듬었다. 다만, 랑그와 빠롤은 원전의 표기를 살렸다. 다섯째, 허웅 선생의 고유한 문체를 그대로 살렸다. 특히 반점( , )의 효과적인 사용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6

엮은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허웅 선생의 언어학 이론을 가장 쉽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혹시나 엮은이의 능력과 판단력의 부족으로 내용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잘못 정리한 부분이 있어, 엮은이의 삶과 공부에 언제나 큰 스승이셨던 허웅 선생께 누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관심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께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끝으로 이 책 발간의 계기를 마련해 주신, 늘 언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 온 박영률 사장님과, 그리고 참신한 편집으로 말끔한 책을 만들어주신 편집부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허웅 선생의 언어학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일반언어학은 물론 개별언어학을 공부하는 데 든든한 힘이 되길 기대한다.



엮은이 소개      

권재일
1953년 경북 영주에서 출생하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및 동 대학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다.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일반언어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어 문법과 문법 변천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알타이 언어 현지 조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남북언어 표준화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국립국어연구원 어문규범연구부장,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장 등을 겸임한 바 있으며, 지금은 문화부 국어심의위원,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 한글학회 연구이사, 우리말글학회 회장,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어통사론≫, ≪한국어 문법의 연구≫, ≪한국어 문법사≫, ≪언어학과 인문학≫(공저), ≪국어지식탐구≫(공저), ≪구어 한국어의 의향법 실현방법≫, ≪20세기 초기 국어의 문법≫, ≪인문학의 학제적 연구와 교육≫(공저), ≪남북 언어의 문법 표준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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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1 21:25 2008/04/01 21:25
Posted by 지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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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장원 2008/04/02 10:26  Modify/Delete  Reply  Address

    일반서점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고 알라딘에도 뜨지 않으니 어떻게 구입할 수 있나요?

  3. zmanz 2008/04/02 20:56  Modify/Delete  Reply  Address

    안녕하세요, 지만지입니다. 지만지고전천줄 시리즈는 교보문고 전국 지점과 온라인 교보문고(www.kyobobook.co.kr)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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