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독일, 1813~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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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천재작가 뷔히너, 그가 남긴 작품은 드라마 3편(≪당통의 죽음≫, ≪레옹스와 레나≫, ≪보이첵≫)과 소설 1편(≪렌츠≫)에 불과하다. 그는 이렇듯 총 4편밖에 안 되는 작품을 남겼지만, 훗날 이 4편의 작품이 일으킨 파문은 해일이 되어 독일문단을 뒤덮는다. 그의 작품은 카프카의 저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였다. 그는 “이상적인 인물들만을 원하고”정선되고 다듬어진 문어(文語)만이 공용어로 통용되던 당시의 독일 문단에 결함을 지닌 인간들, 예컨대 당통과 같은 쾌락주의자와 렌츠와 같은 광인을, 보이첵과 같은 제4계급, 즉 기층민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로 하여금 외설을 입에 담고, 토막언어를 사용하게 했던, 이른바 당대 문단의 이단아였다.

독일문학에 대한 뷔히너의 반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렇듯 작품의 등장인물을 영웅이 아닌 ‘반(反)영웅’으로 설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다듬어진 문어(文語)가 아닌 일상어로 말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적 언어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에 ‘의식의 흐름’ 기법의 모태가 되는 내면의 언어, 즉 ‘경험언어’를 그의 소설 ≪렌츠≫에 도입하기도 했다. 나아가 그는 완결된 문체와 더불어 완결된 구성, 즉 폐쇄형식만이 문학의 예술성을 담보해주던 독일 문단에서 과감하게 미완의 형식, 즉 개방형식을 들고 나왔다.

이러한 이단아가 당대의 문단에서 환영을 받을 리 만무했다. 뷔히너의 작품 중 그의 생전에 출판된 것은 ≪당통의 죽음≫ 단 한 편뿐이었다. 더욱이 이 작품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등장인물들의 언어가 비속하며, 작품의 구성이 엉성하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의 작품 전집이 출간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도 40여 년이 지난 1879년이었다. 독일문학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클라이스트, 횔덜린, 카프카 등이 그랬던 것처럼 뷔히너도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뷔히너의 ≪보이첵≫이 독일의 시적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켈러에 의해 “에밀 졸라의 ≪나나≫보다 사실성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이래로 뷔히너는 더 이상 독일문학의 이단아가 아닌 혁명아, 총아로 부활하게 된다. 독일 자연주의 문학을 창도한 하우프트만은 1887년에 베를린의 어느 문학협회가 개최한 강연회에서 뷔히너의 “힘 있는 언어”와 “생생한 묘사” 그리고 “자연주의적 인물 서술”을 극찬했는가 하면, 그의 작품 ≪사도(使徒)≫와 ≪선로지기 틸≫은 뷔히너의 영향을 받은 최초의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이렇게 뒤늦게 천재성과 현대성을 인정받았지만 그때부터 뷔히너의 문학은 그 영향권을 급속도로 넓혀 나간다. 그는 베데킨트, 트라클 등과 같은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극작가 및 시인을 비롯해서 브레히트, 첼란, 막스 프리슈 , 페터 바이스 등 수많은 독일 현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 밖에도 12음계를 창안한 작곡가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보첵(Wozzeck)> 또한 뷔히너의 ≪보이첵≫을 소재로 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 독일 문단에서 뷔히너가 차지하는 자리, 즉 그의 의미는 더없이 크다. 이는 우선 뷔히너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문학상이 오늘날 독일 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 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그런가 하면 하인리히 뵐, 엘리아스 카네티, 귄터 그라스 등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은 뷔히너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모두가 한결같이 자신이 뷔히너 문학의 영향권에 있음을 자랑스럽게 고백한다.

대체로 천재는 개인적 성향이 강한 데 반해 뷔히너는 참다운 삶의 의미를 자신의 삶 안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밖에서, 즉 더불어 사는 삶에서 찾았다. 그는 유복한 시민계급, 즉 유산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교육을 받고 미래가 보장된 신분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정권 타도를 위해 반체제운동에 가담했는가 하면, 굶주리는 농민을 위해 투쟁에 앞장섰다. 그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도시 기센에서 <인권협회>를 조직하기도 하고, 농민의 혁명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헤센 급전≫이라는 정치적 전단(傳單)을 작성하여 배포하기도 했다.

뷔히너의 문학은 이토록 치열한 삶을 산 사람의 ‘심정 고백’이다. 그의 작품이 경향성을 띠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그의 작품에서는 경향성이 작품의 문학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경향성이 문학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이를테면 그의 경향성은 벤야민이 말하는 바로 그 경향성이다(벤야민에 의하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경향은 문학적 경향 또한 내포하고 있다. 함축적이든 명시적이든 올바른 정치적 경향 속에 깃들어 있는 이러한 문학적 경향이 바로 작품의 질을 결정하게 된다”).

뷔히너의 천재성은 문학 창작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학문세계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독서량은 범인(凡人)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그토록 짧은 기간에 문학과 철학, 종교를 비롯한 고대의 정신문화에 관한 서적을 폭넓게 읽었는가 하면, 현대 문학과 철학, 역사를 포함한 인문학 서적을 탐독했으며, 성서를 정독했다. 뷔히너의 한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는 “특히 셰익스피어, 호머, 괴테, 각종 민요, 아이스킬로스 그리고 소포클레스를 좋아했으며”, “장 파울과 주요 낭만주의 작가들”을 읽었다. 뷔히너는 이렇듯 읽기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을 옮기고 그것에 대한 평론을 쓰기도 했다. 그가 남긴 <데카르트론>이라든가 <스피노자론> 등에는 합리주의 내지 관념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다.

이렇듯 인문학 분야에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던 뷔히너가 막상 대학에서 전공한 학문은 의학, 즉 자연과학이었다. 의사인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택할 수밖에 없었던 전공이지만 그는 공부를 시작한 지 약 5년 되던 해인 1836년 9월에 <물고기 신경조직에 관하여>라는 논문으로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취리히 대학으로부터 초빙을 받아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는 불과 23세에 대학교수가 된 것이다.

하지만 뷔히너의 삶은 안타깝게도 여기서 마감한다. 그는 취리히 대학에서 <시험 강의>를 한 지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1837년 1월 말 발병하여 다음달 2일부터 병석에 눕는다. 그 후 불과 일주일 만에 혼수상태에 빠져들고, 끝내 같은 달 19일에 세상을 떠난다. 뷔히너의 임종을 지켜본 약혼녀 빌헬미네 얘글레는 그의 마지막 순간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그이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저는 그이의 두 눈을 입맞춤으로 감겨드렸어요.”스물네 살의 한창 나이에, 이제 막 정신세계가 영글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나이에 질풍처럼 노도처럼 살아온 뷔히너, ‘질풍노도’의 사나이 뷔히너는 열병 장티푸스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한 채 이국땅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가 취리히의 크라우트가르텐 공동묘지에 묻히던 날, 장례식에는 지역 유지들과 대학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율리우스 바브라는 작가는 요절한 뷔히너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폭풍과 더불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폭풍 속으로 사라진 게오르크 뷔히너−우리는 일찍이 이런 작가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의 운필(運筆)은 현존재의 총체적 기능으로부터 형성되는 숨결이다.


뷔히너는 정녕 천재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다. 1972년에 최초로 체계적인 뷔히너 평전(≪뷔히너와 그의 시대≫)을 쓴 뷔히너 전문가 한스 마이어는 뷔히너의 미학을 “젊은 천재적 인간의 정치적, 사회적 기본구상”이라고 극찬한다. 그런가 하면 뒤렌마트와 더불어 스위스의 현대 (희곡)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막스 프리슈는 뷔히너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우리는 결코 그의 천재성을 따라가지 못 한다”고 말한다.



해설             

≪당통의 죽음≫(1835년 1월 말∼2월말)은 게오르크 뷔히너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뷔히너가 농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 전단 ≪헤센 급전≫을 배포한 이래, 당국에 의해 쫒기는 신세가 되면서 망명자금을 마련하기 약 4주간에 걸쳐 집필한 희곡이다. 뷔히너는 프랑스 혁명사에서 이 작품의 소재를 취했다. 그는 ≪당통의 죽음≫에서 프랑스 대혁명의 마지막 국면, 즉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서로 첨예하게 대치하다가 로베스피에르 일파에 의해 당통을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처형당하기까지의 약 10일 남짓한 기간을 그리고 있다.

뷔히너는 역사에서 소재를 취하되 항상 그것을 종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아니 심지어는 정 반대되는 관점에서 형상화한다. 그는 ≪당통의 죽음≫에서 프랑스 혁명사를 빛낸 영웅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혁명과 거리를 두고 그것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이른바 ‘반영웅(Antiheld)’을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 작품의 주인공 당통은 혁명의 중심역할을 하던 시기의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이 아니라 ‘9월 학살’을 주도한 자신의 책임을 곱씹어보며 고뇌하는 인물이다. 그는 혁명의 주체이기를 거부하고 혁명의 객체임을 자처한다. 그는 혁명과 거리를 둔 채 동료들 앞에서 “혁명은 새턴과 같아서 자기 친자식을 잡아먹는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그는 민중과도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는 동료들에게 “민중은 쾌락주의자들을 증오한다네. 마치 내시가 건강한 남자들을 미워하듯이 말이네”���라고 말하는가 하면, “민중은 어린아이 같아서 뭐든지 부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봐야만 직성이 풀리지”���라고 말함으로써 쾌락주의자인 자신이 어느 날 민중에 의해 희생당할 수도 있음을 예감한다(그의 예감대로 끝내 그는 한때 자신을 따르던 민중들이 그에게 등을 돌림으로써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두 인물 당통과 로베스피에르 모두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한다. 전자가 내세우는 쾌락주의 내지 자유주의와 후자가 내세우는 공화주의 내지 도덕주의는 모두가 궁극적으로 이기주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베스피에르의 도덕론에 대해 당통은 “누구나 자기 천성에 따라 행동하지. 다시 말해 누구나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하는 법이라네”���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개인주의를 정당화하려는 당통의 이 말은 거두절미해서 들으면, 다시 말해 역사적 콘텍스트를 고려하지 않고 들으면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대부분의 민중이 굶주리는 역사적 현실에서는 보편성을 지닐 수 없는 말이다. 당통의 이러한 주장은 소수 특권층의 특권 수호를 위한 (집단)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뿐 아니라 당통(및 그의 일파)의 이러한 처신은 로베스피에르의 주장처럼 도덕성 또한 결여하고 있다. 로베스피에르는 당통의 문란한 성도덕을 악덕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고 있는데, 실상 당통의 도덕성 결여는 이러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차원으로까지 확대된다. 혁명 주체세력이었을 뿐 아니라 “혁명을 통해 배불린 자”���들 중의 한 사람인 당통이 대다수 민중이 배를 굶주리는 상황에서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향락주의를 내세운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면 이렇듯 당통의 악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로베스피에르는 어떤 인물인가. 민중은 청렴한 도덕주의자 로베스피에르를 “구세주”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가 내세우는 도덕주의 또한 당통의 향락주의 못지않게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통의 자유주의가 다수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하듯이 로베스피에르의 공화주의 내지 도덕정치 또한 민중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로베스피에르의 공화주의는 민중의 가장 큰 관심사인 허기를 달래주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도덕정치 또한 그의 주장만큼 도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도덕정치는 공포, 즉 폭력이라는 범죄와 결탁함으로써 비도덕성을 띠게 된다. 여기서 도덕정치의 승리는 곧 비도덕의 승리를 의미할 뿐이다. 한마디로 로베스피에르의 공화주의 내지 도덕정치 역시 당통의 향락주의(및 개인주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은폐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르장드르가 공안위원회에 의해 국가전복 음모죄로 체포된 당통을 변호하는 국민의회 석상에서 로베스피에르 및 그의 추종자들이 “사적인 증오심이나 감정 때문에”... 당통을 체포했다고 한 말은 일면 타당성을 지니며, 로베스피에르의 이기주의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통의 죽음≫은 출판 당시만 해도 문단에서 별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프랑스 혁명사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둥, 너무 외설적이며 부도덕하다는 둥 말들이 많았다. 실제로 이 작품의 텍스트는 6분의 1이 티에르(M. A. Thiers)와 미네(A. F. Mignet) 등의 역사기록에서 발췌한 인용문으로 조립되어 있다. 다시 말해 텍스트의 6분의 1이 몽타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특히 로베스피에르와 생쥐스트가 국민의회에서 행한 연설과 당통이 혁명재판소에서 행한 연설 내용의 대부분은 거의 원문을 그대로, 즉 가공되지 않은 자료를 옮겨온 것이다. 이런 비판을 접한 뷔히너는 <양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반론을 편다.

[…] 제 책자의 소위 부도덕성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드려야겠습니다. 극작가란 제가 보기에 역사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전자가 우리에게 역사를 재구성해 준다는 점과, 메마른 이야기를 전해주는 대신에 우리를 한 시대의 삶 속으로 직접 옮겨 놓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인물 묘사 대신에 인물 그 자체를 보여주고, 기술(記述) 대신에 형상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후자보다는 우위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극작가의 최대의 과업은 사실 그대로의 역사에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는 일입니다. 그의 책은 역사 자체보다 더 윤리적이어도, 덜 윤리적이어도 안 될 것입니다. 역사란 사랑하는 주 하나님께서 젊은 아낙네들이나 읽으라고 만드신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제 드라마 작품이 그러한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그걸 언짢게 생각할 리도 없습니다.

저는 당통이나 기타 혁명의 도당들로부터 도덕군자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가령 제가 이들의 부도덕성을 묘사하려고 할 때 저는 이들을 부도덕한 상태로 놓아두어야 하고, 또 이들의 독신적인 행위를 보여주려고 한다면 이들을 무신론자처럼 이야기하게 내버려둬야 할 것입니다. 몇몇 점잖지 못한 표현이 나오는 것은 당시의 너무도 잘 알려진 외설적 언어들을 상기하시면 되겠습니다. 제 드라마의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말하게 한 것은 실제 언어보다는 한결 농도가 옅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그런 소재를 선택했느냐고 나무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비난은 벌써 오래 전부터 묵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비난을 하려거든 우선 지금까지의 위대한 작품들부터 비난해야 할 것입니다. 작가는 도덕 선생이 아닙니다. […]

작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서는 안 되고 세상이 어떻게 존재해야 할 것인가를 묘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 사람한테 이렇게 얘기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이 세상이 어떻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다 아시고 이 세상을 만드셨을 텐데, 그런 하나님보다 더 좋은 세상은 만들고 싶지 않노라고 말씀입니다.

뷔히너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오늘날 그 작품성 내지 문학성을 두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록 작가가 작품 텍스트의 6분의 1을 역사기록에서 발췌했다고는 하나 이것이 작품의 문학성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 이유는 이 6분의 1이라는 (죽은) 역사기록이 나머지 6분의 5라는 뷔히너의 창작 텍스트, 즉 콘텍스트에 의해 피와 살을 지닌 생생한 언어로 부활하기 때문이다. ≪당통의 죽음≫이 ≪보이체크≫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매년 독일 유수(有數) 극장의 레퍼토리에서 빠지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되고 있음은 이 작품의 문학성을 웅변해준다.



역자 소개         

임호일은 고려대학교 독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뮌헨과 마인츠 대학에서 수학,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 뷔히너학회 회장, 동국대학교 도서관장 및 문과대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번역은 원전에 대한 도전이다?>, <추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뷔히너의 리얼리즘>, <가다머의 예술론>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변증법적 문예학≫(플로리안 파센 저),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ᐨ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이스터 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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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2 19:23 2008/04/02 19:23
Posted by 지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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