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투르게네프 Иван Сергеевич Тургенев(러시아, 1818~1883)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Иван  Сергеевич  Тургенев, 1818∼1883)는 러시아 중부 오룔 현의 부유한 지주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 투르게네프는 당시 러시아 귀족 가정의 전형적인 교육을 받았다. 그 후 모스크바대학 문학부와 페테르부르크대학 철학부, 그리고 독일의 베를린대학에서 수학했다.
독일 유학 시절, 유럽 사상의 영향을 받고 러시아로 돌아온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의 후진성, 특히 농노제의 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는 러시아 농촌과 자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사냥꾼의 수기≫(1852)를 발표하고,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작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투르게네프는 이후 장편소설 ≪루딘≫(1857), ≪귀족의 둥지≫(1859), ≪전야≫(1860), ≪아버지와 아들≫(1862), ≪연기≫(1867), ≪처녀지≫(1877)를 잇따라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당시의 러시아 사회가 당면한 가장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러시아 문단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도 투르게네프는 작가 생활 35년에 걸쳐 ≪파우스트≫, ≪아샤≫, ≪첫사랑≫, ≪봄 물결≫, ≪클라라 밀리치≫ 등 주옥같은 중·단편 소설들과 산문시를 써서 러시아 문학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봄 물결≫을 비롯한 투르게네프의 후기 소설들은 문학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로 평가된다.
평생 동안 독신으로 살았던 투르게네프는 임종의 자리에서 사상적 위기를 겪고 펜을 꺾었던 톨스토이에게 다시 문학으로 돌아와 달라고 유언하고 1883년 9월 4일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톨스토이는 다시 펜을 잡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 ≪부활≫과 같은 명작을 남겼다.



해설          

이 책은 원전의 약 80퍼센트를 발췌 번역했다. 따라서 이 책은 부차적인 인물들에 관련된 자세한 묘사나 설명 등이 생략되어 있을 뿐, 작품의 줄거리나 주제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내용들은 거의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원전의 전체 줄거리를 파악하고 핵심 주제들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소설 ≪봄 물결(Вешние воды)≫(1872)은 투르게네프의 문학 세계와 상상력의 특징인 ‘바다 콤플렉스’가 소설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실제로 이 소설은 바다, 심연, 수영, 잠수, 익사 등과 같은 물의 모티프를 다수 가지고 있고, 사랑과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바다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봄 물결≫의 얼개를 이루는 액자 소설의 중층구조가 매끄럽고 일관된 흐름 속에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소설 서사의 표층과 심층을 관류하는 풍부한 물의 모티프와 이미지는 플롯을 형성, 추동, 제어하는 핵심 장치로써 작동한다. 또한 이 소설에서 물의 모티프와 이미지는 가장 대담하면서도 미묘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두 여성 인물 젬마와 폴로조바의 대립적인 설정과 묘사에서 중요한 미학적 요소로 작용한다.

≪봄 물결≫에서 물의 모티프나 이미지는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선명하게 들어나는데, 이는 “즐거운 세월, 행복한 나날이 봄 물결처럼 흘러가 버렸다”는 독일 낭만주의 시인 울란트의 옛 로망스에서 인용한 소설의 제사(題辭)를 통해 소설 텍스트의 표면으로 부상한다. 곧이어 나오는 액자소설의 외부 이야기에서 나이든 주인공이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함을 탄식하면서, 마음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세월을 지긋이 관조할 때 물의 모티프는 다양한 형식의 은유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물의 모티프와 이미지는 작품의 내부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기능적 의미를 갖고 다채로운 형태로 일관되게 등장한다. 이 점은 특히 ≪봄 물결≫의 내부 이야기의 전반부에 펼쳐지는 사닌과 젬마의 사랑 이야기와 후반부에 전개되는 사닌과 폴로조바의 불륜 이야기가 ‘서사의 물길’을 따라 반전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폭넓게 발견된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3장 서두에 언급되는 젬마의 “윤이 흐르는 물결치는 머리카락”이 사닌과 폴로조바의 불륜에서도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젬마의 “윤이 흐르는 물결치는 머리카락”에서 발원하는 물의 모티프와 ‘서사의 물길’은 소덴으로 가는 소풍 장면에서 예술 공간의 표면으로 부상하기도 하고, 사닌과 젬마의 관계를 묘사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이 점은 내부 이야기의 후반부에 가서는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매우 유사한 양상으로 다시 나타난다. 사닌이 젬마와 가까워지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자 이들의 관계는 본격적으로 물의 모티프나 물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묘사된다. 이는 13장 서두를 통해 화자가 ‘단조롭고 조용하며 평범한 생활의 흐름 속에 커다란 기쁨이 숨겨져 있다’고 말하면서, 사닌이 바로 이런 일상의 매력에 자신을 내맡겼다고 덧붙이는 대목에서 알 수 있다. 이는 화자가 사닌이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면서 젬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빗대어 독일 낭만주의 시인 울란트가 로망스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삶의 고요한 흐름을 따라 한 척의 쪽배가 두 사람을 나르는 동안, 나그네여, 기뻐하고 즐겨라!”라고 외칠 때에도 되풀이 된다. 또 결투 사건을 기점으로 사닌과 젬마의 관계가 더 진지한 단계로 접어들면서 마침내 사닌이 젬마에게 열렬한 사랑의 고백을 담은 편지를 쓰게 되는 부분에서 화자는 다음과 같이 세차게 흐르는 강 물결 속으로 사닌이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고독하고 쓸쓸한 삶의 우울한 강둑에서 그는 소용돌이치는 물결 속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들었다. 이 물결이 그를 어디로 실어갈까, 암초에나 부딪히지는 않을까, 그에게 그런 것은 상관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은 더 이상 얼마 전 그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울란트의 로망스에 나오는 조용한 흐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저항할 수 없는 거센 물결이었다! 그것은 날아가듯 앞으로 돌진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그도 날아간다.”

이것은 젬마와 사랑에 빠진 사닌의 내적 감정과 기분을 거센 물결의 이미지를 통해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사닌의 내적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물의 이미지는 이미 참을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사닌과 젬마가 공원에서 몰래 만나는 장면에서도 중요한 배경 요소로 등장한다. 만남의 장소인 공원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씨, 분수대의 아주 작은 염주 알 같은 물방울들, 희뿌연 안개 등 풍부한 물의 이미지로 장식되어 낭만적 분위기를 풍겼다.

즉 물의 이미지는 젬마에 대한 사닌의 내적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뿐만 아니라 외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미학적 요소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특히 공원에서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통해 사닌이 젬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화자는 “만약 그 순간 젬마가 그에게 ‘바다에 뛰어들 수 있어요?’ 라고 물었다면, 그녀가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벌써 그는 심연 속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라고사닌의 사랑을 물의 모티프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봄 물결≫ 내부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르러서 사닌과 폴로조바의 불륜 이야기로 반전되는데, 여기서도 물의 모티프는 중요하다. 내부 이야기의 전반부에서 소덴으로 간 소풍이 사닌과 젬마가 사랑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후반부에서 비스바덴으로 떠나는 사닌의 여행은 사닌이 폴로조바의 사악한 유혹에 넘어가 그녀의 노예로 전락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두 여행은 모두 물의 고장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여행의 결과는 정반대이다.

이 같은 상황은 물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머리카락 모티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젬마의 머리키락처럼 폴로조바의 머리카락도 사닌의 각별한 주의를 끈다. 내부 이야기 후반부의 서두를 구성하는 33장과 34장 사이에서 사닌과 폴로조바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묘사의 초점은 흐르는 물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집중된다. 그러나 젬마의 머리카락이 긍정적 의미로 이탈리아 회화 속 유디트의 머리카락에 비유된 것과 대조적으로 폴로조바의 머리카락은 신화 속의 사악한 팜므 파탈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그녀의 사악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적 기호다.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게 하는 플로조바의 “뱀 같은 편발”과 그녀의 “탐욕스러운 잿빛의 눈”은 그녀가 사닌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강력한 마력을 발휘할 것임을 암시한다. 특히, 사악한 뱀의 이미지는 이후 그녀가 비스바덴의 극장에서 오페라 관람을 핑계로 사닌을 유혹하자 그가 ‘뱀이다! 아, 이 여자는 뱀이다!’라고 생각할 때 다시 등장한다. 또 폴로조바가 사닌을 숲 속 깊은 곳으로 유인하고 마침내 그를 굴복시켜 정사를 치른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의 이름 자체에 내재해 있는 사악한 뱀의 이미지는 “승리의 미소가 뱀처럼 기어가고 있었다”라는 화자의 묘사에서 다시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의 모티프는 폴로조바의 유혹에 굴복해서 힘을 잃은 처량한 사닌의 모습에서 데릴라의 유혹에 넘어가 머리카락를 잘리고 힘을 잃게 된 성경 속 인물, 삼손의 모습을 상기시킴으로써 재등장한다.

이러한 신화적 차원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는 폴로조바가 사닌을 유혹해서 굴복시키는 이야기도 물의 모티프와 직접 관련하여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폴로조바는 무엇보다도 슬라브 신화에서 남자를 유혹해 물에 빠뜨려 죽이는 루살카(русалк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그녀가 이미 약혼한 사닌을 시험하고 유혹해서 끝내 굴복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물의 이미지나 모티프와 함께 묘사되거나 제시된다.

예를 들어 폴로조바가 사닌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 “누구든지 ‘저는 결혼할 예정입니다’라고 태연히 말할 수는 있지만, 아무도 태연하게 ‘저는 강물에 뛰어들 것입니다’라고 말하지는 못하지요”라고 사닌에게 말하자, 사닌은 “사람에 따라서 물에 뛰어드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수영을 할 줄 안다면 말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그녀에게 응수한다. 하지만 폴로조바는 물에 빠져 죽은 자신의 남동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닌 역시 ‘유혹의 물’에 빠져 상징적인 ‘익사’를 할 수도 있음을 불길하게 암시하고, 이는 후에 물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숲 속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불륜 장면에서 그대로 실현된다.

작품의 내부 이야기 전반부에서 사닌이 젬마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이 은유적, 실제적인 동시에 물의 이미지를 통해서 묘사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에서 그가 폴로조바의 교묘하고 노골적인 유혹에 굴복당하는 과정 역시 물의 이미지를 통해서 묘사된다. 이런 면에서 두 이야기는 두 여행이 그렇듯이 구조상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의미상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끝으로 그들이 숲 속의 오두막집에 들어가 정사를 치르기 직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그것은 내부 이야기의 전반부에서 사닌과 젬마가 공원에서 밀회를 갖기 전에 내리던 빗방울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사닌이 결국 ‘유혹의 강물’에 빠졌고, 상징적으로 추락하고 익사했다는 사실은 그가 에필로그 형식의 이야기에서 다시 젬마를 찾아 나서려고 시도할 때 그가 “어쨌든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다”라고 말함으로써 더욱 분명해진다.

이와 같이 ≪봄 물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물의 모티프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 곳곳에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서사의 물길’을 통과해야만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Все чудеса первой любви совершались над ними. Первая любовь - та же революция: однообразно-правильный строй сложившейся жизни разбит и разрушен в одно мгновенье, молодость стоит на баррикаде, высоко вьется её яркое знамя, и что бы там впереди её ни ждало - смерть или новая жизнь - всему она свой восторженный привет.

첫사랑의 모든 기적들이 그들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다. 첫사랑은 혁명과도 같은 것이다. 정연한 삶의 획일적이고 규칙적인 체제가 한 순간에 무너져 와해되고, 청춘이 바리케이드에 서고, 그 휘황한 깃발이 높이 펄럭인다. 그리고 죽음이든 새로운 삶이든 그 무엇이 앞에 기다리고 있든지 간에 첫사랑은 모든 것에 환희의 인사를 보낸다.



역자 소개      

라승도는 196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에 입학하여 이때부터 러시아어를 배우며 러시아 문학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노어과에 진학하여 러시아 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군에 입대하여 육군 중위로 임관 후 육군사관학교에서 군복무와 함께 생도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쳤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 주 오스틴에 소재한 텍사스 주립대학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수학했다. 2004년 8월 <문학수력학: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유동적 안티유토피아>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에서 시간강사로 러시아어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2008/06/06 16:18 2008/06/06 16:18
Posted by 지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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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 Иван Сергеевич Тургенев(러시아, 1818~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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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Иван  Сергеевич  Тургенев , 1818~1883)는 러시아 중부 오룔 시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1818년 10월 28일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육군 대령으로 퇴직하고 스파스코예 마을로 이주함에 따라서 투르게네프는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이 시골 마을에서 보냈다. 그 후 모스크바 대학 문학부와 페테르부르크 대학 철학부, 그리고 독일의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하였다.

그는 러시아 고전 작가들 가운데 가장 서구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인생의 많은 세월을 서유럽에서 보냈고 서구인들과의 교류도 활발했으며, 사상적 기반도 서구주의적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는 러시아의 대자연과 시골 풍경이 섬세하고 수려한 필치로 묘사되고 있으며, 동시에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과 휴머니즘이 조화롭게 반영되어 있다.

그는 1852년에 25편의 중단편 모음집으로 출간된 ≪사냥꾼의 수기≫로 주목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 후 당시의 시대상과 인간상을 섬세한 서정적 필치로 심층 묘사하여 그에게 ‘러시아 인텔리겐차의 연대기 작가’라는 별칭을 얻게 해준 장편소설들 ≪루딘(1856년)≫, ≪귀족의 둥지(1859년)≫, ≪아버지와 아들(1862년)≫, ≪연기(1869년)≫, ≪처녀지(1877년)≫ 등이 출판되었다. 그는 1883년 8월 22일 러시아가 아닌 프랑스 남부에서 사망했으며, 그의 유해는 러시아로 옮겨져 그 해 9월 27일에 페테르부르크에 안장되었다.


내용 소개


국내 최초 러시아어 직역

그 동안 투르게네프 단편들은 국내에서 여러 번 번역되었지만, 아쉽게도 일본어나 영어를 중역한 것들이었습니다. 초기 번역작업은 일본어를 중역한 것들이 많아 표현은 매끄럽지만, 작가 특유의 풍부한 묘사와 디테일한 측면들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또 영미문학가들에 의한 번역은 맥락을 전달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꼼꼼이 번역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러시아어의 묘사와 언어적 기교들을 잘 살렸다는 점에서 투르게네프의 문체에 한결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기존의 번역들은 작품집의 소제목들과 등장인물의 이름조차도 원어에서 멀어져 있었는데, 이 책은 러시아어의 생생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투르게네프의 대표적 단편 5편을 골라 발췌하지 않고 전부 번역한 것입니다.

본 ≪투르게네프 단편집≫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3대 문호로 꼽히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단편 다섯 편을 담고 있다. 다섯 편의 단편 가운데 <가수들>, <만남>, <베진 초원>, <산송장> 등 네 편은 1852년에 출판된 중단편 모음집 ≪사냥꾼의 수기≫에 포함된 작품들이며, <숲으로의 여행>은 1857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는 귀족 사냥꾼의 입을 빌려 러시아의 대자연과 그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형상을 서정적으로,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묘사해 내는 독특한 서술 방법으로 당대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투르게네프 자신도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여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가 작품을 통해 제시한 당대 러시아의 인간 형상들은 이후 많은 문학작품들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인간 형상들의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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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평점은 출판사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품의 가치와는 무관합니다.


머리말 중에서

≪투르게네프 단편집≫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3대 문호로 꼽히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단편 다섯 편을 담고 있다. 다섯 편의 단편 가운데 <가수들>,  <만남>, <베진 초원>, <산송장> 등 네 편은 1852년에 출판된 중단편 모음집 ≪사냥꾼의 수기≫에 포함된 작품들이며, <숲으로의 여행>은 1857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는 귀족 사냥꾼의 입을 빌려 러시아의 대자연과 그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형상을 서정적으로,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묘사해 내는 독특한 서술 방법으로 당대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투르게네프 자신도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여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가 작품을 통해 제시한 당대 러시아의 인간 형상들은 이후 많은 문학작품들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인간 형상들의 기반이 되었다. 

≪사냥꾼의 수기≫는 총 25편으로 이루어진 농촌 스케치로서 사냥꾼의 수기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러한 제목이 붙여졌다. 러시아 중부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농노제도(農奴制度)하에서 농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상과 그들의 인간성을 서정미 넘치게 묘사한 이 작품은 일관된 줄거리는 없지만, 농노들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바라보며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그는 농노제도의 폐단을 일부러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농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진한 감동을 주었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도 이 작품을 읽고 농노 해방에의 의욕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본 단편집에 포함된 작품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가수들(1850년)>은 민중이 지닌 음악적 재능과 노래를 애호하는 풍류를 그린다. 하지만 그 뛰어난 재능도 끝내는 술과 병으로 헛되이 망가지고 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남(1850년)>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글픈 인간극의 단면을 보여준다. 농민의 딸과 겨울이 오자 도시로 무정하게 떠나가는 남자의 사랑을 애절하게 그린다. 속아 넘어가면서도 상대를 미워할 줄 모르는 아쿨리나의 애잔한 심정이 잘 그려지고 있다. <베진 초원(1851년)>은 농촌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여름밤 들판에서 펼쳐지는 신비한 동화적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둠 속에 길을 헤매던 화자는 모닥불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그곳에는 5명의 소년들이 밤새도록 말을 지키기 위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또래의 호기심에 걸맞게 도깨비와 물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동심의 세계가 밤의 신비스런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되다가, 마지막 장면은 어둠이 걷히며 동이 터오는 초원의 장관을 파노라마로 보여주면서도 아주 역동적으로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산송장(1874년)>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행에도 굴하지 않고 누워서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무서울 만큼 인내심이 강한 여자 루케리아의 생활을 그리고 있으며, 괴기함마저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숲으로의 여행(1857년)>은 ≪사냥꾼의 수기≫와 마찬가지로 투르게네프의 재능이 절정에 달했을 때에 발표된 것이다. 일기처럼 쓰인 이 작품은 하루의 일과를 낱낱이 보고하고 기록하는 기행문 형식을 띠고 있다. 첫째 날 관찰자인 사냥꾼이 햇빛조차 마음껏 드나들 수 없는 깊은 숲 속에 혼자 앉아 느끼는 원초적인 공포와 고독은 이미 인간과 사회로부터 느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지닌 무심한 대자연 앞에서 미약한 인간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무상함이자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둘째 날 등장하는 콘드라트는 자연에 순응하며 삶의 진리를 터득하는 농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슬픔을 안으로 녹여 드러내지 않는 예고르의 모습이야말로 땅불이 숲을 황폐하게 만들 수 없듯이, 인간사의 그 어떤 불행도 인간의 삶 자체를 파괴할 수는 없다는 소박한 진리, 자연의 당위를 보여주고 있다.   

본 단편집에 포함된 투르게네프 작품들은 러시아어에서 한국어로 직접 번역된 것이며, 러시아어 원문은 1961년에 나온 ‘나우카출판사’의 투르게네프 전집에서 작품성과 국내 번역 여부를 고려하여 선정한 것이다.

치밀한 구성과 빠르고 재미있게 전개되는 스토리 중심의 현대 소설이 독자를 사건에 참여시켜 흥미를 유발한다면, 투르게네프의 작품에서는 사냥꾼인 관찰자의 시선을 통해 무심한 자연이 반영하는 인간 군상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인간 형상들을 낳고 키우고 거두어가는 대자연의 섭리를 엿보는 재미와 더불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항상 신선한 예술적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차례

가수들·················        15

만남··················          51

베진초원················      71

산송장·················      115

숲으로의 여행········   143


해설··················            7

 

같이 읽으면 더 좋은 지만지 작품
19세기 러시아의 3대 문호인 톨스토이의 《부활》,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도스토옙스키 《미성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 《악령》

역자    김민수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김민수는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노어학을 공부했으며, 러시아 치타 국립대학교에서 철학과 인간학을 수학했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으며,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강사로 일하는 한편, 주로 러시아의 과학기술 분야, 에너지 분야의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1월 15일 출간
 

2007/12/07 14:17 2007/12/07 14:17
Posted by 지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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