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몬 고메스 데 라 세르나 Ramón Gómez de la Serna
(스페인, 1891 ~ 1963)라몬 고메스 데 라 세르나(Ramón Gómez de la Serna, 1891∼1963)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났으며 보통 ‘라몬’이라고 불린다. 그는 일생 동안 소설, 연극, 평론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문학 활동을 전개했는데, 무엇보다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것은 1910년 무렵부터 시작한 ‘그레게리아’라는 단문으로 된 새로운 글쓰기를 통해서였다. 이 새로운 문학 형식은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예술의 비인간화≫를 집필하는 데 영감을 주는 등 기존의 관습적인 사고를 뒤엎는 데 기여했으며, 그를 20세기 초반 스페인 아방가르드 운동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해설
국내 초역입니다.
이 책은 라몬 고메스 데 라 세르나가 일생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장르인 ‘그레게리(Greguerías)’가 실린 두 개의 텍스트 <Greguerías: Selecció́n 1910∼1960>[Cé́sar Nicolá́s(ed.), Madrid: Espasa Calpe, 1990]와 <Greguerías>[Rodolfo Cardona(ed.), Madrid: Cá́tedra, 2006]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전체 내용의 3분의 1 정도를 번역한 것입니다.
20세기 전반 우리는 문학, 미술, 음악, 건축 등 다방면에 걸쳐 이전 세기와는 현격히 다른 미학을 목도하게 되는데, 이를 흔히 아방가르드 미학이라 부른다. 이 아방가르드는 스페인에서 울트라이스모(Ultraísmo)라는 이름으로 나타났고, 그 선구자로 라몬 고메스 데 라 세르나가 언급된다. 그는 소설, 희곡, 비평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문학 활동을 전개했는데, 그에게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한 것은 청년기였던 1910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일생 동안 계속해서 관심을 쏟았던 그레게리아였다. 고메스 데 라 세르나가 만들어낸 이 용어는 좀처럼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그는 이전의 예술과는 차별적인 어떤 장르를 생각해 내고 이를 이름 붙이기 위해서 너무 심사숙고한 흔적이 있거나, 흔하게 쓰는 말이 아닌 어떤 낱말을 마치 복권 추첨함에서 구슬이 나오듯 우연히 떠올렸다고 회상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그레게리아에 대해 고메스 데 라 세르나는 그 생성 원리가 ‘유머와 은유’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유머나 은유 모두 언어가 갖는 기존 의미의 일탈에서 비롯되기에 작가의 이러한 언급을 바탕으로 그레게리아를 연구하는 이들은 그레게리아가 은유, 사물의 모양, 소리의 유사성, 언어의 유희 등을 통해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는 방식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말하자면 그레게리아는 너무 익숙해져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인간의 일상이나 사물의 단면을 다양한 언어 형식상의 기법을 통해 표현하여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레게리아는 이미 굳어버린 대상의 의미를 언어를 통해 다시 일깨우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고메스 데 라 세르나가 기존 사회를 구성하는 관습화된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을 처음 접하는 어린아이 같은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바로 기성 질서로 조직된 사회 구조와 초월적 앎의 체계를 벗어던지고 문학을 통한 자유로운 놀이의 미학을 실현시키는 장이다. 그러기에 코끼리를 타고 연설을 하는 등 그의 삶을 통해 전개되던 기행은 관습화된 삶의 모습을 타파하려는 문학적 사유가 구조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는 세계를 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형이상학에 대해 회의하며 그 종말을 선언하고 끝없이 변하는 인간 삶의 생동하는 모습에 오히려 우호적인 시선을 보낸 니체적 긍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고메스 데 라 세르나 문학의 성격이 유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 자체가 인식 가능하게 확실하고 자명한 세계가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말하자면, 19세기 말 20세기 초 세계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구하려던 계몽적 이성이 그 한계에 직면했을 때, 그는 그레게리아를 통해 삶을 설명하고 규정하던 관습적인 틀에서 벗어나 끝없이 생성되는 상상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그레게리아는 고메스 데 라 세르나가 신문이나 잡지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일생에 걸쳐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장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그레게리아를 집대성한 원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옮긴이
조민현은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스페인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연구교수다.
스페인 문학과 문화에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저서로는 ≪스페인 현대 소설론≫, ≪작품으로 읽는 스페인 문학사≫(공저)가 있고 역서로는 ≪안개≫, ≪서정시집·전설≫이 있다.
본문 중에서
Se miraron de ventanilla a ventanilla en dos trenes que iban en direcció́n contraria, pero la fuerza del amor es tanta que de pronto los dos trenes comenzaron a correr en el mismo sentido.
…
El arco iris es la cinta que se pone la naturaleza despué́s de haberse lavado la cabeza.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기차의 창문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사랑의 힘이 너무 커서 갑자기 이 두 기차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무지개는 머리를 감은 후에 자연에 놓인 헤어밴드다.
별점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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